감정 들여다보기

감정 정리하는 법: 지금 느끼는 마음을 적는 6단계

수정 6분 분량

감정 정리가 안 될 때는 종이에 지금 몸이 어떤지 적고, 그 느낌에 가까운 감정 단어를 골라 보세요.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을 나무라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그때 느낀 감정을 함께 써 보는 거예요. 적은 내용을 읽으며 무엇이 중요했는지 살핀 뒤, 지금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정하거나 오늘은 여기서 멈춰도 돼요.

대화는 끝났는데 집에 오는 길에도 상대의 말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서운한 건지, 무시당한 것 같아 화가 난 건지 잘 모르겠고요. 그럴 때 이 순서로 한 쪽을 써 보세요. 종이나 평소 쓰던 메모 앱이면 돼요.

아래 여섯 단계는 감정을 살펴보고 적기 위한 순서예요. 전부 마쳐야 하는 과제는 아니에요. 오늘은 몸의 느낌과 감정 한 단어만 적고 끝내도 괜찮아요.

감정 정리 6단계 한눈에 보기

단계해 볼 일적어 볼 문장 예시
1. 알아차리기몸의 느낌과 기운 살피기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만히 있기 어렵다.
2. 이름 붙이기가까운 감정 단어 고르기서운하다.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3. 인정하기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나무라지 않기준비한 게 있으니 서운할 만하다.
4. 적기사건과 감정을 함께 쓰기내가 제안한 뒤 답이 없어서 서운했다.
5. 물어보기무엇이 중요했는지 살피기내 의견도 들어 줬으면 했구나.
6. 정하기할 일과 시점 정하기, 또는 멈추기내일 점심에 다시 물어보자.

1. 몸에서 느껴지는 것부터 살펴요

바로 감정 단어를 찾기 어렵다면 몸부터 살펴보세요. 턱이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나요? 속이 답답한가요? 기운이 없거나 자꾸 움직이고 싶은지도 적어 봐요.

뉴햄프셔대학교의 감정 안내는 감정이 생각, 기운, 몸의 감각, 행동의 일시적인 변화로 나타날 때가 많다고 설명해요. 안내에서도 잠깐 멈춰 기분을 확인하고, 그 기분과 함께 나타나는 몸의 감각을 알아차려 보라고 권해요.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어깨가 뻣뻣하고 피곤하다. 그런데 누워 있어도 자꾸 휴대전화를 보고 싶다.

2. 감정에 가까운 말을 골라요

이제 그 느낌에 이름을 붙여 봐요. ‘기분이 안 좋다’에서 한 발 더 가서 서운하다, 억울하다, 섭섭하다, 외롭다, 부담스럽다 중 가까운 말을 찾아보는 거예요.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감정 표현 단어 모음을 참고해도 좋아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을 살핀 UCLA 연구진의 논문이 있어요. 네 건의 실험 가운데 부정적인 사진을 사용한 실험들에서는 사진을 그냥 볼 때보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때 참가자가 보고한 괴로움이 낮았어요. 사진을 보고 짧게 답한 실험이므로, 일상의 복잡한 감정도 똑같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는 데 참고할 만한 연구예요.

한 단어로 좁히지 않아도 돼요. ‘섭섭하고 조금 창피하다’, ‘안심되는데 미안하기도 하다’처럼 두 가지를 함께 적어 보세요.

3.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을 나무라지 않아요

감정을 적고 나서 곧바로 ‘이 정도로 서운해하면 안 되는데’라고 지우고 싶어질 수 있어요. 잠시 그대로 두고,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한 문장만 덧붙여 보세요.

나름 시간을 들여 준비했으니 반응이 없어서 서운할 만하다.

2018년 Ford 연구진의 논문에서는 평소 자기 감정과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성향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었어요. 실험실 연구는 156명, 일상의 스트레스를 추적한 연구는 222명을 대상으로 했어요. 원래 지닌 성향과의 관련성을 본 결과이므로, 지금 감정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으면 곧바로 달라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여기서 인정해 보는 대상은 지금 드는 감정이에요. ‘나는 화가 났다’라고 적으면서도 상대에게 그 행동을 멈춰 달라고 말할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일은 뒤에서 따로 살펴봐요.

4.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감정을 함께 적어요

그 자리에 없던 사람에게 설명하듯 사건을 두세 문장으로 적어 보세요. 그 뒤에 어느 대목에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붙여요.

감정만 나열하기보다 사건도 함께 쓰는 데는 근거가 있어요. Baikie와 Wilhelm의 2005년 표현적 글쓰기 리뷰는 초기 연구에서 감정만 쓴 경우가 사건과 감정을 함께 쓴 경우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해요. 글쓰기가 그저 감정을 쏟아내서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근거가 적다고 봤고요. 이 글에서는 그 점을 참고해 사건과 마음을 나란히 적어 보려 해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스트레스 대처 안내도 일기나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로 생각, 감정, 실제 상황을 정리해 보라고 권해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친구들과 여행을 정하는 단체 대화방에 숙소 후보를 올렸다. 한동안 답이 없었는데 다른 친구가 올린 후보에는 바로 반응이 왔다. 내가 알아본 건 관심이 없나 싶어 서운했고, 혼자 들뜬 것 같아 민망했다.

이때 확인한 사실과 내 추측도 구분해 보세요. ‘내가 올린 글에 답이 없었다’는 예시 속 사건이고, ‘내 의견에는 관심이 없다’는 그 상황을 읽은 방식이에요.

5. 그 감정에서 무엇이 중요했는지 물어봐요

쓴 내용을 읽고 아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보세요. 전부 답할 필요는 없어요.

  •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 이번 일에서 내게 중요했던 건 뭘까?
  • 아직 모르는 사정이 있을까?

뉴햄프셔대학교 안내는 기분을 단서로 삼아 지금 무엇이 도움이 될지 물어보라고 권해요. 위 예시라면 ‘내가 들인 시간과 의견도 존중받고 싶었다’라고 적어 볼 수 있겠죠.

상황을 다르게 읽어 보는 방법도 있어요. Gross의 감정 조절 리뷰는 상황의 해석을 바꾸는 ‘재평가’와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표현 억제’를 비교해요. 검토한 연구들에서는 표현 억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을 줄여도 느끼는 감정까지 줄이지는 못한 반면, 재평가는 감정 경험과 표현을 모두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예시의 문장을 다시 써 본다면 이 정도예요.

내가 올린 글에는 아직 답이 없다. 왜 답을 안 했는지는 모른다. 친구들이 바빴을 수도 있으니 내일 물어보자.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낼 필요는 없어요. 모르는 부분을 모른다고 적어 두는 연습으로 써 보세요.

6. 다음에 할 일 하나를 정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물어보세요. 국립정신건강센터 안내도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당장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쪽에 우선 힘을 쓰라고 권해요.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을 언제 할지 적어 봐요.

내일 점심에 두 숙소 중 무엇이 나은지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적고 덮어도 돼요. 행동 계획을 꼭 만들어야 이 순서가 끝나는 건 아니에요. 밤마다 같은 생각을 되짚는다면 자기 전 생각이 많을 때 써 보는 방법도 참고해 보세요.

한 쪽으로 써 본 예시

다음은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든 예시이며, 실제 누군가의 일기가 아니에요.

몸: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싶다.

감정: 서운하다. 조금 민망하다.

인정: 시간을 들여 숙소를 찾아봤으니 서운할 만하다.

사건: 단체 대화방에 숙소 후보를 올렸는데 답이 없었다. 다른 친구가 올린 후보에는 반응이 왔다.

중요했던 것: 내 의견도 들어 줬으면 했다. 왜 답이 없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음 행동: 내일 점심에 두 후보를 같이 놓고 물어보자. 오늘은 더 확인하지 않고 덮는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 날

말이 잘 맞지 않으면 첫 단계로 돌아가도 돼요. 몸의 느낌과 기운만 적은 뒤, 지금 바라는 것을 덧붙여 보세요.

피곤하고 말하기 싫다. 한 시간 정도 혼자 있고 싶다.

감정 단어를 빈칸으로 남겨도 괜찮아요. 나중에 다시 읽고 떠오르는 말이 있으면 더 써 보세요. 짧은 질문에 답하는 편이 편하다면 질문일기 예시에서 질문 하나만 골라도 되고요.

같은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 혼자 글로 끝내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국립정신건강센터 안내는 가까운 사람에게 힘든 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권해요.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이번 주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 마음에 걸려’라고 말을 꺼내 보세요.

날마다 어떤 감정이 남았는지 적어 두고 싶다면 감정일기 양식으로 이어가도 좋아요.

힘든 날이 계속될 때

일기만으로 감당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힘든 날이 이어진다면 믿을 만한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이야기해 보세요.

한국에서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어요.

찻집에서 써 보기

비움 찻집은 오늘 마음을 짧게 적는 마음 일기 앱이에요. 찻잔 다섯 개 중 오늘 기분에 맞는 잔을 고르고, 무슨 일이었는지 주제 스티커를 붙인 뒤 한 줄을 적어요. 길게 써도 되고, 다음에 방문하면 메이가 생성형 AI로 쓴 짧은 쪽지가 일기장에 끼워져 있어요.

← 블로그 홈으로